최근 유튜브에서 일명 ‘술방’(술을 마시는 방송) 취중 토크 예능이 주목받고 있다. 연예계 대표 애주가인 신동엽은 물론 글로벌 아이돌인 BTS 멤버 슈가, MZ세대의 아이콘 래퍼 이영지 등 음주 생활 공개를 꺼리던 아이돌마저 술방의 전면에 나섰다. 그만큼 쉽게 보지 못했던 스타들의 음주 모습에 내적 친밀감을 느끼며 많은 대중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실제로 BTS 진이 출연한 이영지의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 콘텐츠는 2000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묘사되는 음주 장면은 미성년자의 음주 호기심을 자극하며, 성인에게는 고위험 음주를 부추길 수 있다. 특히 우울증 환자는 영향을 받기 쉬워 더 주의해야 한다.
우울증 환자는 술방을 보고 음주 유혹에 이끌리기 더 쉽다. 우울증 환자는 의욕이 없어 적극적으로 기분을 개선하기 힘들고, 그러다 보니 손쉽게 기분을 완화할 수 있는 행동의 유혹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우울증은 즉각적으로 우울함을 덜어주는 행동이 많아지면 더 심해진다. 단기적으로 우울감을 덜어주지만, 장기적으로는 무력감과 허무감을 악화시키는 행동을 할 때 우울증이 더 악화한다는 것이다. 김병수정신건강의학과 김병수 원장은 “우울증 환자들이 유튜브를 보며 음주를 하게 될 때 일시적으로 우울감이 완화됐다고 착각하기 쉽다”며 “하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내가 뭐 하고 있는 거지…’라는 허무함에 더 빠져들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술이 깰 무렵에는 뇌 기능이 더 저하되고 기분 조절이 더 힘들어지기 때문에 우울증 환자에게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젊은 층이나 혼자 사는 우울증 환자는 더 위험하다. 가족하고 함께 살면 집에서 유튜브를 시청하며 술을 마시는 게 눈치가 보이겠지만 혼자 살면 자기 조절이 더 어렵기 때문이다.
우울증 환자가 반복적으로 음주를 하게 되면 우울감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우울증에 빠지면 뇌 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지는데, 이때 술을 마시면 알코올의 강한 독성이 뇌세포 파괴를 촉진해 ▲짜증 ▲신경질 ▲불면증 ▲불안 ▲죄책감 등의 감정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울증으로 인한 안정제를 복용하고 있을 경우에는 더 주의해야 한다. 안정제를 알코올과 함께 먹으면 탈억제 현상이 일어나 충동적인 행동의 위험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만일 평소에 자살 사고(思考)가 있었다면, 알코올과 함께 안정제를 복용하면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살 사고가 억제되지 않고 행동화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김병수 원장은 “우울증 약은 혈중알코올농도에 따라 흡수와 분해에 영향을 받게 된다”며 “알코올과 함께 간에서 경쟁적으로 분해되기 때문에 약이 덜 분해되면 부작용이 그만큼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알코올을 다량 섭취하고 벤조다이아제핀과 같은 안정제와 함께 과량 복용할 경우, 심하면 호흡 중추가 억제돼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우울증 환자의 경우 유튜브 시청을 최대한 제한하는 게 좋다. 김병수 원장은 “하루 종일 유튜브를 틀어놓고 멍하니 보고 있는 건 우울증을 회피하는 것”이라며 “기분 전환을 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지만 실제로 효과는 없다”고 말했다. 우울증을 완화하기 위해선 몸을 움직이며 신체 활동을 하는 게 중요하다. 걷기만 해도 된다. 연세대‧아주대‧순천향대 부천병원 공동 연구팀에 따르면, 주 5회 이상 걷기 운동을 한 이들은 전혀 걷지 않는 사람들보다 우울감을 느낄 위험이 47% 낮았다. 자살 생각을 가질 위험은 75%까지 낮아졌다. 연구팀은 “정신건강 측면에서 간헐적으로 몰아서 걷기보다는 하루 3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라도 매일 걷기 운동을 실천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금숙 기자 lks@chosun.com이아라 인턴기자
http://n.news.naver.com/article/346/0000065447?type=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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